우주인은 어떻게 먹고, 자고, 일할까?
지구를 하루에 16번 도는 곳. 대기와 중력에서 벗어난 공간. 그곳은 바로 인류가 만든 우주 기지, 국제우주정거장(ISS)이다. 이곳에서는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서 우주인들이 살아가며 실험하고, 식사하고, 잠을 잔다.
그렇다면 중력이 거의 없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상상조차 어렵지만, 실제 ISS에서의 하루는 무척 체계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쉽게 상상하기 힘든 우주 속 일상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보자.
우주에서의 식사: 떠다니는 음식과 튜브 속 메뉴들
우주에서는 중력이 거의 없어 음식이 접시에 담기지 않는다. 때문에 모든 음식은 튜브, 캔, 진공 팩 등 특수 포장된 상태로 제공된다. 일반적인 음식은 대부분 탈수 상태로 공급되며, 온수나 냉수로 재수화해서 먹는다. 스파게티, 닭고기, 계란, 볶음밥 등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수분이 없으므로 물을 넣어 불리는 방식이다.
간식은 견과류, 과일, 초콜릿 등이 많고, 빵 대신 또띠아를 사용한다. 빵 부스러기가 떠다니면 기계에 들어가 고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 음료는 튜브 형태의 봉지에 담긴 채 빨대로 마시고, 커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에도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각국 우주인들은 자국 음식을 요청하기도 한다. 한국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고추장과 불고기, 라면을 가져갔고, 일본의 와카타 코이치 우주인은 우동과 녹차를 가져간 적도 있다.
우주에서의 수면: 수면 포드는 ‘우주 침실’
지구에서는 중력이 있어 누우면 바닥에 붙지만, 우주에선 어디에 있어도 ‘뜨는’ 상태다. 그래서 ISS에서는 수면용 침낭을 벽이나 천장에 끈으로 고정해 사용한다. 몸이 둥둥 떠다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각 우주인은 개인 수면 캡슐(수면 포드)을 가지고 있으며, 포드 안에는 환풍기, 조명 조절 장치, 개인 물건을 놓을 수 있는 작은 선반이 있다. 하루에 약 8시간 수면이 권장되지만, ISS의 하루는 지구보다 훨씬 빠르다. 하루에 지구를 16번 돌기 때문에 90분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겪는다. 이를 고려해 실내는 항상 일정한 조명 시스템을 유지하며 생체 리듬을 맞춘다.
수면 중에도 우주인은 벨트를 차고, 공기 흐름이 일정하지 않으면 이산화탄소가 얼굴 주위에 고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공기 순환 장치가 가동된다.
우주에서의 화장실과 샤워: 무중력에서의 위생 관리
화장실 사용은 우주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ISS의 화장실은 진공 흡입 시스템을 활용한다. 대소변 모두 튀거나 퍼지지 않도록 강한 흡입력으로 흡수한다. 대변은 진공 팩에 밀봉되어 보관 후 지구로 보내지거나, 일부는 우주선에서 태워 없앤다. 소변은 정수 후 다시 음용수로 재활용된다. 실제로 ISS의 물 자원의 약 90% 이상은 이런 방식으로 순환된다.
샤워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대신 물티슈와 특수 거품 비누로 몸을 닦는다. 머리 감기도 샴푸가 아니라 물 없이 사용하는 드라이 샴푸를 쓴다. 머리카락이 흩날리지 않도록 앞에 수건을 대고 감으며, 짧은 머리 스타일을 선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주에서의 일과 실험: 과학의 최전선
우주인의 하루는 굉장히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대부분의 시간은 실험, 정비, 운동으로 구성된다. 특히 ISS는 우주에서 다양한 무중력 실험의 중심지로 활용되며, 식물 성장, 미생물, 뼈 손실, 약물 반응 등 수많은 실험이 매일 수행된다.
예를 들어 무중력 환경에서는 세포 분열 방식이나 약물의 작용 속도가 지구와 다르기 때문에, 항암 치료나 신약 개발에 매우 중요한 실험들이 진행된다. 이외에도 고성능 카메라로 지구의 환경 변화 관측, 태양 플레어 감시, 우주 쓰레기 추적 등의 임무도 수행된다.
또한 ISS의 장비는 매우 복잡해서 주기적으로 장비 점검, 고장 수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이 필요하며, 외부 수리는 우주유영(EVA)을 통해 직접 수행된다.
운동과 건강 관리: 근육이 사라지지 않게
무중력에서는 근육과 뼈에 부담이 없어 오히려 퇴화가 빠르게 일어난다. 실제로 우주에 오래 머무르면 골밀도가 감소하고, 근육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주인들은 하루에 2시간 이상 운동을 한다.
운동기구는 러닝머신, 고정식 자전거, 무중력 근력운동 장치 등이 있으며, 모두 몸을 장비에 고정한 채 사용한다. 땀은 중력처럼 흘러내리지 않고 피부에 맺히기 때문에 운동 후엔 특수 수건으로 닦아낸다.
이외에도 우주인은 정기 건강검진, 심리 상담, 지구와의 영상 통화 등을 통해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관리한다. 특히 장기 체류자들은 가족과의 연락이 큰 위안이 된다.
우주에서의 여가와 문화생활
모든 것이 임무 중심일 것 같지만, 우주인들도 자유 시간을 갖는다. 주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거나 지구 사진을 찍는 것이 여가 시간의 대부분이다. 실제로 ISS에는 수백 개의 영화와 음원이 저장된 서버가 있으며, 각자의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이용 가능하다.
지구를 내려다보는 창문인 ‘컵올라(Cupola)’는 우주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거기서 지구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지구에 남겨둔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리는 일이 일상적인 힐링이 된다.
가끔은 지구의 명절에 맞춰 함께 식사하거나 파티를 열기도 하며, 우주에서 생일을 맞는 우주인에게는 특별한 메시지와 선물이 전달된다. 이 모든 경험은 ISS라는 특별한 공간을 더욱 인간적으로 만들어준다.
우주는 멀지만, 그 속의 일상은 우리와 닮아 있다
우주라는 낯선 공간에서도 인간은 결국 ‘사람답게’ 살아가려는 노력을 계속한다. 먹고 자고 일하고 운동하고, 때로는 음악을 듣고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삶. 국제우주정거장은 단지 실험의 공간이 아니라,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기 위한 ‘예행연습’의 공간이기도 하다.
무중력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우주인의 이야기는, 지구 위의 우리에게도 깊은 영감을 준다. 언젠가 일반인도 우주에서 하루를 보내는 시대가 오기를, 오늘 밤 하늘을 보며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