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공간’, ‘영원히 펼쳐진 어둠’, ‘모든 것이 시작된 곳’…
우주를 떠올리면 누구나 이런 장엄한 이미지와 함께 “과연 우주에는 끝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하늘을 바라보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애써왔고, 오늘날에는 천문학과 물리학의 발전 덕분에 점점 그 실체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우주의 크기와 경계에 대한 주요 이론들을 살펴보며, 그 미스터리를 과학적으로 풀어본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는 어디까지일까?
현재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는 약 930억 광년(약 93 billion light-years)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의 크기를 의미하는데,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볼 수 있는 거리의 한계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임에도 불구하고 관측 가능한 범위가 훨씬 더 넓다는 것이다. 이는 우주 자체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빛보다 빠르게 팽창해온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은 매우 먼 과거의 시공간에서 출발한 것이고, 그 사이에 우주는 더 확장되었다.
즉, 우리가 보는 우주는 정지된 사진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 중인 과거의 흔적이다. 이 말은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범위가 우주의 전체일 수도, 일부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의 끝”이라는 질문은 단순한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는 복잡한 문제다.
우주는 유한할까, 무한할까?
우주의 크기를 논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우주는 유한한가? 아니면 무한히 펼쳐져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 없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우주의 형태와 곡률을 통해 그 힌트를 얻고 있다.
현재까지의 관측에 따르면, 우주는 평평(flat)한 형태에 매우 가깝다.
이는 우주의 대규모 구조를 분석했을 때, 유클리드 기하학(직선은 끝없이 평행하고, 삼각형의 내각 합이 180도인 구조)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우주가 평평하다면, 이론적으로는 무한한 크기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무한’이라는 개념은 물리적으로는 다루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우주가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구조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지구의 표면은 유한한 면적을 가지지만 끝이 없다. 계속 직진하면 언젠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구조처럼, 우주도 4차원 이상의 곡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주에는 경계가 있을까?
우주에 ‘끝’이 있다는 말은 마치 우주의 가장자리나 경계선이 있다는 뜻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어떤 절대적인 경계나 벽이 존재하지 않는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빅뱅 이론과 관련이 깊다. 흔히 오해되는 것과는 달리, 빅뱅은 어떤 한 지점에서 우주가 “터져 나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시공간 자체가 동시에 팽창하기 시작한 사건이다. 그래서 빅뱅은 ‘어디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언제’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우주 전체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경계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는 모든 지점이 중심이며, 끝도 없고 방향성도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우주에는 우리가 손끝으로 가리킬 수 있는 ‘끝’은 없다.
어떤 방향으로든 계속 나아갈 수 있고, 경계에 도달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현재 가장 유력한 과학적 관점이다.
다중 우주 이론 – 우리가 보는 우주는 하나일 뿐?
최근에는 다중 우주(Multiverse)라는 개념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는 지금 우리가 속한 우주 외에도 수많은 다른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다중 우주 이론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 이론에서 파생되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가 초기 팽창 과정 중 거품처럼 여러 개의 우주를 만들어냈고, 우리가 속한 우주는 그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 이론이 맞는다면, 우주는 훨씬 더 큰 구조의 일부에 불과하며,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가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이 경우, ‘우주의 끝’이라는 질문 자체가 하나의 우주에 국한된 좁은 관점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현재로선 다중 우주는 검증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과학적 상상력의 영역에 머물고 있지만, 우주의 경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우주의 끝을 향한 인간의 탐구는 계속된다
우주에 끝이 있는가 없는가는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서, 인류가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 중 하나다.
천문학자들은 더 멀리, 더 깊이 우주를 바라보기 위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유럽우주국의 유클리드 망원경, 중력파 검출기 등의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관측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 같은 미지의 존재가 우주의 구조와 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되고 있다.
언젠가 기술이 더 발전하고 이론이 정립되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넓은 우주의 실체에 접근하게 될지도 모른다.
끝이 없는 우주, 혹은 끝을 알 수 없는 인간
우주의 끝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어쩌면 인간 존재의 끝이 어디인지 묻는 철학적인 질문과도 닮아 있다.
과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지만, 여전히 ‘끝’에 대한 답은 모호하다.
우주는 끝이 없을 수도 있고, 끝이 있더라도 그 너머는 인간의 상상 밖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질문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 질문 속에서 우리는 끝없는 탐험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