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는 아무도 당신의 비명을 들을 수 없다.”
이 유명한 문구는 공상과학 영화 에이리언의 슬로건이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우리는 '우주=고요함'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주에는 소리가 완전히 존재하지 않는 걸까? 이 글에서는 그 질문에 대한 과학적인 해답을 찾아가보자.
소리는 무엇으로 전달되는가?
우선 '소리'라는 개념부터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소리는 매질(物質의 매개체)이 있어야만 전달된다. 우리가 지구에서 듣는 모든 소리는 공기 분자들이 진동하면서 귀에 전달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말을 하면 성대의 진동이 공기를 흔들고, 그 파동이 귀로 전달되면서 소리로 인식된다.
하지만 우주는 대부분이 진공 상태다. 진공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공기 분자나 다른 매질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진공 상태에서는 소리 파동이 전달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우주 공간에서 직접 귀로 어떤 소리를 듣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공상과학 영화에서 묘사되는 격렬한 우주전쟁 장면, 폭발음, 함선의 굉음 등은 모두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연출이다. 실제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우주에서 무언가 폭발하더라도, 그 장면을 보는 우주인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다. 오직 시각적인 정보만 있을 뿐이다.
우주 공간에서 소리를 ‘듣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흥미로운 점은, 과학자들이 우주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을 소리로 변환해 분석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실제로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라, 전자기파, 플라즈마의 진동, 중력파 등 비가청 신호를 가청 주파수로 변환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NASA에서는 블랙홀이나 은하 충돌에서 발생하는 플라즈마의 파동을 측정하여 이를 소리처럼 변환하는 작업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주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청각적 경험으로 재해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NASA는 2022년, '페르세우스 은하단' 중심의 블랙홀에서 발생한 압력파를 가청 주파수로 변환하여 공개했다. 원래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저주파였지만, 수백만 배의 주파수 증폭을 통해 '우주의 소리'처럼 들려주었다. 그 소리는 기묘하고 으스스한 음향이었으며,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우주에는 소리가 없다'는 말은 물리적인 의미에서는 맞지만, 우주의 다양한 신호를 소리로 번역하여 들려주는 방식은 실제로 존재한다.
우주정거장에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주비행사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 국제우주정거장은 공기와 기압이 유지된 밀폐 공간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우리가 지구에서처럼 말하고, 웃고, 음악을 듣고, 물체를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우주비행사들은 무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가까운 동료와 대화할 수 있고, 음악을 틀어놓기도 한다. ISS 내부는 여러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 냉각 팬의 소리, 물 순환 장치의 소리 등 다양한 소음으로 가득하다. 너무 조용해서 외로울까 걱정하는 것과는 다르게, 때로는 이 소리들이 피로를 유발할 정도로 끊임없이 들린다고 한다.
즉, 매질이 있는 공간에서는 우주 속에서도 소리가 존재한다. 다만, 그 공간 밖인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는 여전히 아무 소리도 없다.
소리 대신 우주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까?
우주 공간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으므로, 우주선끼리, 또는 우주인과 지상 관제소 사이의 통신은 무선 전파를 통해 이루어진다. 전파는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진공에서도 문제없이 전파된다. 라디오, 텔레비전, 휴대전화, GPS 등도 모두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들끼리도 무선 전파를 통해 통신한다. 헬멧 안에는 마이크와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고, 그 신호는 무선으로 다른 우주인에게 전달된다. 이 방식이 없다면, 우주선 밖에서의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한, 우주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실험에서도 '소리 대신' 전자기파나 빛, 기타 신호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송한다. 이는 ‘소리’라는 감각이 아닌 비가청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우주 ‘소리’를 활용한 예술과 과학의 융합
우주의 소리를 ‘변환’하여 음악이나 예술 작품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예술가들은 블랙홀의 중력파, 별의 진동 데이터를 음향으로 바꾸어 우주 음악을 만들고, 이는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감동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NASA는 'Sonification Project'를 통해 망원경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동시에 음향화하여, 우주의 모습을 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시각장애인에게도 우주의 정보를 ‘듣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요한 우주, 그러나 들을 수 있는 방식
요약하자면, 우주는 진공이기에 전통적인 의미의 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신호를 인간의 청각 범위로 변환함으로써 우리는 우주의 움직임을 '소리처럼' 경험할 수 있다.
이는 과학의 경계를 넘어 예술적 상상력과 결합하여, 인간이 우주를 더 깊이 이해하고 느끼게 만드는 새로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다음에 우주 다큐멘터리에서 들리는 우주의 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건 ‘실제로 존재하는 소리’라기보다, 우주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번역된 이야기라는 것을 기억하자. 우주는 분명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진동하고 있다.